일본 가정식 맛집으로 유명한 호호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는 이미 5곳이나 지점이있는 인정받은 내공있는 맛집입니다.
어제 도산공원쪽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일본 가정식 맛집 호호 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왔습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도산공원 근처에 핫하고 힙한 카페들 속에서 혼밥에 적합한 조용하고 차분한 식당을 어렵게 찾았습니다. 도산공원에 앉아 네이버 지도를 확대해가며 뭘 먹을까 검색하다가 '호호 식당'이라는 정감 가는 이름에 끌려 선택했어요. 위치도 도산공원 코 앞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룸이 있는 정갈한 일본 가정식 식당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코로나로 프라이빗한 식당들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트랜드인데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일본 가정식이라는 콘셉트와 룸이 있는 식당이라는 막강한 강점이 만나서 예약 없이는 방문하기 힘든 맛집이 된 것 같습니다. 성수, 익선동, 대학로(혜화) 점은 룸이 마련되어있고 4~6인 소모임에 딱입니다. 그러나 사전예약은 필수입니다. 그다음 고속터미널과 도산대로점은 룸은 아니고 넓은 홀로 되어있어요.
호호 식당 도산공원점에 웨이팅 없이 들어가려면 평일 브레이크 타임 끝나자마자 5시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들은 대공감 하실 거에요. 아이들 없이 혼밥 하는 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5시 땡 하자마자 들어갔습니다. 평일 오후 5시였는데 제가 들어갈 때는 2~3명씩 모인 젊은 여성분들 2 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 먹고 나갈 6시 즈음엔 1층과 2층에 있는 테이블이 70%는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거의 예약을 하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5시에서 6시사이 구석에서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하고 빠르게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6시쯔음 식당을 나왔는데 그때에도 데이트하러 오시는 분들, 친구들끼리 모임 하시는 분들 등 많이들 오시더라구요. 그리고 구석에 앉아서 식사하면서 본 건데 테이크아웃 배달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는 걸 보니,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테이크 아웃으로도 많이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짜장면, 피자, 치킨 등 진부한 배달음식 사이에서 호호 식당의 일본가정식 백반 콘셉트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신선한 메뉴인 것 같아요. 집 근처에 있다면 저도 도전해볼 텐데 그러기엔 너무 멀리 있네요.
직원분께 이 식당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문의하니 연어덮밥류(사케 이동)의 메뉴들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호호 식당의 메뉴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 요리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본식 음식점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알아볼 수록 호호 식당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내부 인테리어도 멋지지만 메뉴판에 나와있는 사진들, 블로그에 있는 수많은 플레이팅 사진들을 보니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카테고리에 치우치지 않고 선택의 폭이 넓었습니다. 바삭바삭한 여러 종류의 돈카츠, 소고기 덮밥인 '규동(牛丼)', 익힌 연어살과 연어알을 얹은 '사케 이쿠라동(サケ いくら丼)'과 바삭한 새우튀김, 크로켓, 연어 사시미, 모차렐라 치즈볼의 곁들임 메뉴까지 구성 좋게 잘 짜여 있었어요.
메뉴는 다양한 반면 막상 주문해보면 제대로된 음식이 하나도 없는 무늬만 일본 음식점인 프랜차이즈들을 다녀오면 배는 부르지만 기분이 정말 별로거든요. 아주 오랜만에 혼자 먹는 소중한 식사였기 때문에 돈을 더 내더라도 제대로 된 곳에서 먹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직원분의 추천대로 연어와 연어알이 올라와져 있는 '사케쿠라동'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가정식 혼밥에 빠질 수 없는 맥주도 같이 주문했어요. 평소에 에일을 좋아해서 전부터 먹어보고 싶던 '블루문(Blue moon)'을 주문했습니다.
평일 오후 5시 호호 식당 도산공원점 사케이 쿠 라동과 블루문 병맥주의 환상적인 조화.
시원한 맥주가 먼저 나옵니다. 오렌지향이 향긋한 에일 블루문 맥주(8000원). BELGIAN WHITE라고 쓰여 있어서 벨기에 맥주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블루문은 미국 나파밸리의 Sandlot 브루어리에서 탄생한 맥주입니다. 하이볼과 살짝 고민했지만 이날은 왠지 부드럽고 상큼한 맥주가 당겼어요. 그 다음 이어서 나온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사케이 쿠 라동(19000원). 짭조름한 간장으로 밑간 된 밥 위에 두툼한 연어들이 촤르륵 놓여있어요. 그리고 그 위에 탱글탱글한 연어알들이 살포시 올라가 있습니다. 쑥스러워서 사진은 얼마 찍지 못했지만 나에게 주는 소중한 식사의 기분을 오롯이 느끼고 왔습니다.
연어 위에 생겨자를 조금 얹고 간장에 톡 찍어서 먹는 맛, 열어 알 한 개를 집어서 입 안에서 터트리는 맛, 밥 위에 연어알을 얹어서 짭조롬함을 즐기는 맛, 밥위에 연어를 얹어서 밥알과 연어를 즐기는 맛. 흐흑.. 군침이 돌아서 다시 먹고 싶어요.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식의 양이 너무 적습니다. 친구나 가족과 같이 갔다면 곁들임 메뉴도 시키고 돈카츠, 나베 등 다양한 음식을 시켰을 텐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에만 5군데가 있으니 언젠가 그중 한 군데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부찬으로 나오는 피클, 단무지, 빨간 열매(?)도 너무 조화로웠어요. 빨강, 초록, 노랑 등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색감에도 많이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서울에 룸이 있는 식당을 찾고 계시다면 성수 호호 식당, 혜화 호호 식당, 익선동 호호 식당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 캐주얼하게 식사를 원하신다면 도산공원점과 파미에 스테이션점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5개의 지점들은 메뉴는 비슷하지만 각 지역의 개성을 잔뜩 녹여서 각자의 개성이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메뉴와 운영 시간은 동일해요. 그러나 각 지점별로 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잘 파악해서 인테리어 전반에 녹인 것 같아요. 좀 더 설명을 드리자면 공장에서 찍어낸 듯 모두 똑같이 생긴 프랜차이즈 느낌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한옥이 유명한 익선동에 있는 지점은 한옥의 분위기에 맞게 한옥 스타일로 작은 정원과 함께 꾸며져 있었습니다. 고속터미널에 있는 파미에 스테이션점은 모던한 주변 분위기에 맞게 통유리창으로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저 있어요. 성수역점은 서울숲 분위기에 맞게 숲 속에 있는 정원 있는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조사하다 보니 모두 방문해서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네요.
- 운영시간은 매일 11:00~22:00까지로 동일하고 3:00~5:00 브레이크 타임이 있습니다.
- 호호 식당 대학로 : 서울 종로구 대학로 9길 35
- 호호 식당 성수 : 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25
- 호호식당 도산공원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9길 29-6
- 호호 식당 파미에 스테이션 (도산공원) : 서울 종로구 대학로 9길 35
저는 조만간 성수동 서울숲 지점 룸을 예약하고 가족들과 성수 호호 식당을 방문하고 올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평일에 시간을 내야 할 텐데 넘어야 할 산이 많네요. 하하하.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맥주와 음식을 먹기에도 너무 좋은 장소예요. 특히 코로나 시대에 서울에 룸이 있는 식당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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