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아홉 살 때 ADHD 진단을 받고 시작한 사회성 그룹치료가 18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니 아이는 치료를 시작했을 때 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단약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메디키넷의 부작용인 식욕부진을 심하게 겪고 있어서, 약을 먹은 뒤에 아이는 목에 걸리는 기분이라고 하면서 그 무엇도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난 몇 달 사이 뉴로 피드백, 화풀이 캠프 (BR 브레인 센터), TMS 뇌파 치료까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는데요. 아직 체감을 할 만한 결실이 없네요.
오늘은 놀이치료 상담 선생님과 부모 상담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아이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친구와 놀 때 " ~~ 해도 될까?" 라며 매 순간 친구에게 결정권을 맡기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지적받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의외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자기 뜻대로만 할 까봐 걱정했는데 아이는 매 사에 "~~ 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며 한다고 합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언급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그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선택은 곧 책임을 뜻하고, 아이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 지적받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저는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제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그러거든요. 책임 지기 싫어서 '너 마음대로 해. '를 남발하는 저의 모습이 비치더군요.
특히 저희 아이는 어려서부터 충동적인 행동으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다 보니 더 그렇게 된 것 같았어요.
분노 조절이 어렵다고 생각한 초등학생 아이가 택한 방법은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 그 자리를 피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 분노 조절에 대해 놀이 치료를 할 때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이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정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할 때에 '회피' 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오늘수업 시간에 자문자답 놀이를 하는데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너는 왜 M자 탈모야""
-> "유전자 때문이야"
"왜 얼굴 찌푸리고 있어?"
-> "칼이랑 포크각도가 안 맞아서"
"왜 안 먹어?"
-> "다이어트 중이야"
처음엔 그 대화 방식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몰랐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대화에 '공감'이 없고 '방어'만 있다고요.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ADHĐ의 충동적인 것과 정서적으로 공감을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셔서 또 한 번 마음이 쿵 했어요. 그래도 많이 공감해 준 것 같은데 저희 아이는 더 많이 필요한 아이인가 봅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건강하게 말하는 4단계인 DEAR 기법을 알려주셨어요.
D : 사실을 기술하고
E : 나의 감정을 말하고
A :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R : 상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보상을 말하는 것.
이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의식해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건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배워야 할 기술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배트미턴을 하고 싶은데 친구는 계속 축구만 하자고 한다.
D (사실 기술) :OO야, 축구를 30분 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
E (감정 표현): 너랑 같이 배드민턴을 치면 즐거울 것 같아.
A (원하는 것): 너무 더우니 체육관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면 좋을 것 같아.
R (보상):배드민턴 30 분치고 10분 쉬었다가 다시 축구하자.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
평소에 아이와 이야기할 때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 저도 DEAR 대화 기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해주셨어요.
"나는 지적을 받는 아이야"라는 자의식은 빠르게 수정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비난적 사고가 굳어져서 Up & Down이 심해지고 그건 우울,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빠르게 수정해줘야 한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받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충동적인 행동은 지적을 낳고... 악순환이 되어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설루션을 주셨습니다.
"너는 대체 왜 그렇게 사고를 치니"라는 말을 하지 말고,
"다음에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하면 좋겠어? "
아이가 말을 잘하지 않는다면..
"1번 ~~2번 ~~3번 ~~ 중 어떤 것이 맞을 것 같아?"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에 아이의 행동은 굉장히 충동적이고, 말도 세 개 하고, 동생도 툭툭치고 통제가 안될 때가 있습니다.
ADHD만 있는 게 아니라, 분노조절, 불안, 욕, 정서 공감 떨어짐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니 마음이 매우 저려왔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희망이 있겠죠. 자라면서 아이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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