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HD와 정서불안 아이 양육일기

10살 ADHD, 분노조절 복약 기록 (메디키넷, 리페리돈정, 환인아목토 캡슐)

by 아침노을 2024. 4. 17.

지난 11개월 동안 조금씩 증량해 온  아이의 ADHD와 분노 조절에 대한 복약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작년 5월부터 메디키넷 리타트 캡슐 5mg를 시작으로 꾸준히 복용해 왔습니다. 메디키넷은 ADHD약으로 워낙 잘 알려진 약이라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약들인 리페리돈정, 환인 이목토 세틴 캡슐 등은 생소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조울증 치료제라고 나오다러구요. 선생님께 여쭤보니 분노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처음 약을 먹일 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해 주신 것이고, 또 같은 증상의 다른 아이들도 모두 먹는 것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저희 아이에게 먹인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무서웠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 당시에는 약을 먹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궁지에 몰려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게 아이의 행동에 대한 댓가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자칫 하다가는 학교폭력 위원회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행히도 식욕 감퇴 외에 큰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약을 복용한 뒤에는 눈에 띄게 행동이 차분해지고 아이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어느 순간 약을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이 구분될 정도로 약의 효과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사례를 보면 불안, 경련, 복통, 두통 등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케이스가 많아서 굉장히 걱정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식욕감퇴 말고는 별 다른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자라야 할 아들의 키 성장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 ㅁ낳이 되었습니다. 11개월 지난 뒤 재어보니 몸무게는 약 2kg, 키는 약 4cm 정도는 자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장이 더딘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메디키넷 약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에는 식욕은 없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억지로 먹여도 토 할 것 같다고 하고 먹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약효가 떨어지는 저녁이 되면 먹을 것을 많이 찾습니다. 

날짜 처방 투여 일수 본인부담 비용 비고
2023.05.03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 5mg 28 5,900  
2023.05.31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0mg 28 6,800  
2023.06.28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28 10,700  
2023.07.26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28 10,700  
2023.08.26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28 12,000  
2023.09.18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28 10,900  
2023.10.21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환인아토목세틴캡슐 10mg
35 23,000  
2023.11.25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환인아토목세틴캡슐 10mg
35 23,700  
2023. 12.30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환인아토목세틴캡슐 10mg
35 23,700  
2023.02.03 메디키넷리타드캡슐 15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환인아토목세틴캡슐 10mg
35 23,900  
2024.03.09 메디키넷리타드캡슐 20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35 14,400 리페리돈정 1밀리는 먹이지 않음
2024.04.13 메디키넷리타드캡슐 20mg
리페리돈정 1밀리그램
35 14,400 리페리돈정 1밀리는 먹이지 않음

 

리페리돈정 1밀리 그램은 지난 3월 9일부터 먹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단약을 지시하신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지만, 리페리돈정의 경우 검색해보니 아직 어린이에 대한 임상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막상 이런 내용을 보니 먹이기가 꺼려지더라고요. 안 그래도 정신과 약에 대한 우려가 높았는데 이런 이야기까지 들으며 도저히 먹일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리페리돈정을 안먹인 동안 잠들기 전 밤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의 짜증은 정말 대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소리도 엄청 지르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엊그제부터 다시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일단 저녁에는 리페리돈 정 1밀리 그램 대신 바디픽셀이라는 레시틴 가루 영양제를 먹이고 있어요. 

 

'엄마, 저녁약 안먹어요?'

'응, 이제 안 먹어도 oo가 마음 조절을 잘하는 것 같아서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아'

 

라고 하니 아이의 얼굴에 희미하게 뿌듯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뭔지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아이도 그동안, 본인이 약을 먹는 이유를 알고 있었던 것 같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자존감이 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이번 기회에 '난 이제 성장했으니까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 가이드와 다르게 제가 임의로 중단해버려서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잘 한 결정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 약물들은 약을 먹는 동안 증상을 완화 시키는 역할만 할 뿐,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꼭 병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계속 약을 증량하는 것만이 방법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상담때 의사 선생님께 '선생님, 언제쯤 약을 그만 먹을 수 있을 까요? 주변 사례 보니 고학년이 될 수록 더 많이 먹는 것 같아서요' 라고 여쭤보니 선생님께서 '고학년이 될 수록 더 집중 할 일이 많아지니까요' 라고 대답하셨어요. 순간 멍 했습니다.

 

단약에 대한 희망은 작아지고, 학년이 올라가고 삶의 무게가 더해질 수록 약이 증량되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많이 답답합니다. 정보도 많이 없고, 주위 수원 소아 정신과는 모두 기본적으로 2달은 대기를 해야 합니다. 오롯이 부모가 손품과 발품을 팔아서 해보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어요.

 

지난주 토요일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뉴로 피드백 센터에도 다녀왔습니다. 이건 후기를 별도로 남기겠습니다. 그 사이 저도 아이를 더 보듬어주고 '사랑한다, 믿는다, 너로인해 엄마는 너무 행복하다' 라고 끊임없이 속삭여주고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이도 편안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매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 소아 청소년 정신과를 찾아가기 전에는 정말 평범하게 아이를 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이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며 아이를 키우려고 하니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놀이치료, 부모놀이 교육, 사회성 그룹 치료, 정신과 상담등 할 수 있는 것들은 성실하게 지켜왔습니다. 아이도 그 전보다 편안해 진것 같구요. 

그러나 곡예를 타듯이 들쑥날쑥합니다. 어느날은 평온하고 어느날은 폭풍같스니다.

평온한 날에는 기분이 너무 좋고 마음이 따뜻하고, 폭풍같은 날에는 우울감이 밀려옵니다.

 

장기전이라 지치면 안되는데.. 엄마아빠부터 멘탈 강화가 필요한것 같네요. 끝까지 힘내보겠습니다.

꼭 먼 훗날, 그떄 그랬는데 지금은 정말 잘 살아요 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싶어요. 

ADHD 복약 기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