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 돌아보니 아이의 마음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6월 6일 오후 5시 20분경,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가는 아이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가 크록스 신발을 던져서 코에 맞췄고,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축구를 같이 하는 친구로, 평소에도 우리 아이와 유난히 트러블이 있던 아이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욕을하고 놀리고 도망가고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우리 아이를 쫒고 있었고 지나가던 그 아이가 우리아이를 혼내주려고(?) 아파트 동 입구까지 쫒아들어와서 크록스 신발을 던졌다. 그리고 코뼈 정 중앙에 맞아서 코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일이냐는 나의 질문에 크록스를 던진 아이는 "OO가 친구들한테 욕을 하고 도망가서 내가 혼내주었어요" 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아이는 코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대체 어쩌다 이런 사이까지 되었을까?
우리 아이는 올해 4월에 ADHD 충동성과 분노조절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분노 조절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찬 상태라고 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맥락없이 동생을 툭툭 때리고, 욕을 한다. 씨팔노무새끼, 꺼져, 뒤진다, 조진다등 정말 초등학생 입에서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말들이 새어나와서 너무 깜짝 놀라다. 평소 내가 '어떤애가 이런 욕을 하더라, 부모가 아나 몰라' 이런 말을 내가 듣고 있던 것이다. 처음엔 '왜 하필 내 아이지? 난 욕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리고 목적물 없는 원망이 켜켜이 쌓였다. 나도 우울증이 올것만 같았다.
놀이치료 선생님은 이것의 원인을 부정적인 자아상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스스로 나를 생각할때 좋은 이미지보다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지난 1년동안.. 휴직하지 않고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던것 같다. 어떤 아이는 엄마의 휴직 없이 잘 굴러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아니였다. 내가 조금더 이런것들을 잘 눈치채고 대처했더라면 아이도 친구들도 모두 편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학원, 축구학원, 태권도 학원에서 연락이 왔을때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 이틀 견뎠었는데. 그게 아니였다. 아이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축구에서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그만둘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친분이 있는 지인에게 들어보니 그동안 우리 아이때문에 불편해서 그만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스쳐갔던 많은 아이들이 생각났다.
한편으로, 그 때 바로 주의를 요하는 피드백을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게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피드백을 받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은 주어담기가 어려웠다.
관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였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나와 아이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과 부모님 입장에서는 우리아이를 참고 이해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걸 눈치채고 적극적으로 가서 해결하기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것 같아 매우 아쉽다. 그리고 나는 이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많이 막막하다.
고민 끝에 한 달 만에 그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엄마는 평소 서글서글한 이미지였는데,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던 건지 내가 전화거니 매우 냉랭했다. 평소에 차나 한 잔 해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고, '무슨일이시죠?' 라고해서 당황했다. 사실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전화가 편하다고 했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처음에는 '우리애가 맞냐고' 따지듯 물었다. 근데 그 자리에 다른 축구하는 아이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그 어머니가 옆에 계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사실을 알았음에도, 아이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했음에도 '어머,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가 먼저가 아니라 '그럼 00어머니도 아세요? 그때 말해주셨어야지 왜 지금 말하시는거에요?" 라고 쏘아붓여서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 적지않이 실망했고, 순간적으로 너무 싫어서 이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모든 엄마는 자식에게 일어나는 사건에 있어서 가장 먼저 발동되는것은 보호본능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우리 아이를 보호하려는 보호 본능에 앞서 '위축'; 되는 느낌이 더 커지는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그동안 이런 저런 전화를 받으면서 아이에 대해 이렇게 위축이 되어있는데 현장에서 그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는 아이는 얼마나 더 힘들고, 억울하고, 위축되었을까?
자기 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알수 없는 행동과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면서 받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을 온 몸으로 받아야만 했던 아이의 자난 날들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나와 같지 않은 다른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를 설명하고 용서받고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막막하고 답답하고 그랬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였고,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만 같은.. 외딴섬에 외롭게 있던 기분이였다.
어른이 되고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타인에게 위로는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이걸 내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전화를 끊고 먹먹한 가슴을 누르고 아이들을 재울 준비를 하다 발가락을 침대에 찧었다. 아프기도 했지만 펑펑 울었다. 쌓여있던 무언가가 터져버린것 같다.
가족들은 내가 발가락을 다쳐서 그렇게 운다고 생각했을텐데,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복잡하고 심난한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신랑은 매우 성실하고, 착하고, 아들의 그런 문제에 도움이 되기위해 나름의 방법을 최선을 다해 실천하고 있다. 방구조를 바꾸고, 성당을 빠지지않고 다니고, 주말에도 관심분야에 대해 데리고 다니고, 항상 무엇을 더 해줄까 고민하고. 하루종일 일을 하고 힘들고 지친데도 집안 환경을 바꾸는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 의자를 당근거래하고 온 그에게 이런 복잡한 감정을 다 쏟아낼수가 없었다.
전화통화를 끊고, '이사를 가야하나,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아이가 이렇게나 너무 좋아하는데. 지금 그 하루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건가? 그러다가도,, 왜 그럼 그 엄마들은 그동안 나에게 단 한번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지?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아이에게 가서 사과를 시키던지 관계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텐데" 라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한참을 펑펑 우니 화가 났을때 놀이치료에서 배웠던 심호흡하기, 마이쮸캔디로 신경 분산하기 등을 실행하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이가 마이쮸 캔디를 주며 '엄마 무슨맛이 느껴져요? 엄마 느낌이 두꺼워요? 얇아요? " 등등 놀이치료 선생님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하나씩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정말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
'엄마가 매일 집에서 나를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한 아이의 말을 흘려 들었었는데, 이제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이래서 경단녀가 되는건가 무섭기도 하지만 다행이도 아직 나에게는 휴직이라는 카드가 남아있다..
해결해야 할 것들이 엉켜있지만 이렇게 주저 앉는다고 해결 되지 않으니, 하나씩 풀어봐야겠다.
지난 10개월간 뒤도 옆도 안돌아보고 몰입해있었다.
우연히 오늘 새벽에 김미경 선생님의 아래 영상이 알고르즘에 걸렸다. 그 누구에게도 조언을 구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나에게 멘토가 1:1 조언을 하는 기분이였다. 흥미가 생기고 재미가 있었고 몰입이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 나중에 챙기면 될거야 라고 생각하며 외면하며 앞만 보고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룬것도 없는데,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너무 빨리 와버렸다.
"그렇게 몰입해서 성공하면 무엇하나요. 돈, 가정, 인간관계, 아내와 남편, 나의 여가.
애랑은 멀어지고, 아내와 대화느 않하고, 취미생활도 않하고, 친구가 없어요.
돌아가더라도 인생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행복입니다.
인생은 나다운 방향이지 속도가 절대 아닙니다.
남과비교하면서 속도를 내면서 하는것이 아닙니다.
일에만 몰입하는것은 아슬아슬한 성공.
Success와 fulfilment는 다릅니다.
중요한 요소요소의 만족을 느끼면서 조화를 이루면서 이루어져 가는 것을 성취라고 한다.
인생은 밸런스를 잡아가면서 잡아가는 성취에 의미가 있다.
어차피 돌아와야 한다.
"내가 너 거기서 멈출줄 알았지, 그래 거봐 포기할 줄 알았어" 라는
다른 사람의 말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남의 시선으로 내 인생을 보면
초라하지 않은 인생이 하나도 없습니다.
돌아가야 할 지점이 보이는 힘듦에 부딪혔다면.
돌아갈 때라고 느끼면 거침없이 돌아가세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하려고해도 뭐 하나 몰입할수가 없다.
이 시점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하세요' 라고 A-Z부터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역시나 이런 인생의 숙제는 우리 가족의 문제다.
결국, 우리 가족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해야 할 때가 온것이다.
행동
1. 그 아이의 엄마가 연락을 준다고 했으니, 연락이 오면 만나서 나의 상황과 도움을 요청해보자.
2. 관계 회피가 아닌 회복을 위해 그동안 그만 두었던 친구들의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3. 다른 축구 교실을 알아보자.
4. 휴직에 대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보자. -> 다른것보다 상가 매도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자.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5. 말씀드리고 주 3회 재택을 진행하자. 고과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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